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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 차세대 차량용 오디오 버스 ‘A²B 2.0’ 본격 양산

이번 2.0 버전은 양방향 송수신 대역폭을 최대 98.3Mbps로 기존 대비 4배나 끌어올렸으며,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각각 최대 119개의 오디오 채널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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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체인으로 배선 75% 절감, 62μs의 초저지연으로 노면 소음 능동 제어

ADI 오토모티브
차세대 차량내 오디오 경험 혁신을 위한 A²B 2.0 (이미지. ADI)

1876년 8월, 독일 바이에른주의 작은 도시 바이로이트.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설계한 전용 극장 ‘바이로이트 축제극장(Bayreuther Festspielhaus)’이 문을 열었을 때, 유럽의 예술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바그너는 오케스트라 피트(Pit, 무대 앞 연주 공간)를 관객의 시야에서 완전히 숨겨버리는 파격을 선보였다. 무대 아래 깊숙한 곳에 연주자들을 숨기고,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벽면을 반사해 가수의 목소리와 완벽히 융합된 후 관객에게 도달하도록 음향 구조를 ‘아키텍처’로서 설계한 것이다. 관객은 소리의 발원지를 보지 못했으나, 극장 전체를 감싸는 압도적인 입체 음향 속에서 극에 완전히 몰입했다. 공간을 지배하는 음향 설계가 곧 예술의 완성이자 관객 경험의 전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50년이 흐른 2026년 현재, 인류는 또 다른 형태의 ‘달리는 축제극장’을 짓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와 자율주행의 고도화로 ‘제3의 생활 공간’이 되면서, 차량 내부의 정숙성과 프리미엄 오디오 경험은 브랜드의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상했다.

글로벌 반도체 선도기업 아나로그디바이스(Analog Devices, Inc., 이하 ADI)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차량 실내의 음향 아키텍처를 완전히 재정의할 차세대 오디오 버스 기술 ‘A²B 2.0(Automotive Audio Bus 2.0)’의 본격적인 양산을 선언했다. 이는 바그너가 극장 구조로 소리를 통제했듯, 미시적인 실리콘 칩과 네트워크 버스로 차량 내 모든 음향 신호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21세기형 디지털 음향 혁명이다.

배선(Harness)의 다이어트와 데이지 체인의 공학

자동차 정비 리프트 위에서 대시보드를 탈거하고 인포테인먼트 배선을 들여다본 엔지니어라면, 복잡하게 얽힌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 뭉치가 주는 압박감을 잘 알고 있다. 전통적인 차량용 오디오 시스템은 각각의 스피커와 마이크마다 굵고 무거운 아날로그 케이블을 일대일로 연결해야 했다. 이는 차량 무게를 증가시켜 전기차(EV)의 주행거리를 깎아먹는 주범이었으며, 정비 시 미세한 단선이나 노이즈의 원인을 찾기 위해 온종일 멀티미터로 배선을 찍어야 하는 고된 노동을 유발했다.

ADI가 양산에 돌입한 A²B 2.0은 이 기계적 병목을 데이지 체인(Daisy Chain) 아키텍처로 우아하게 해결한다. 하나의 메인 노드에서 출발한 단 하나의 비차폐 트위스트 페어(UTP) 케이블이 여러 개의 서브 노드를 줄줄이 엮어 내려가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차량 내부의 배선 복잡도와 관련 비용을 최대 75%까지 줄였으며, 전체 시스템 비용 역시 30% 절감해 낸다.

특히 이번 2.0 버전은 양방향 송수신 대역폭을 최대 98.3Mbps로 기존 대비 4배나 끌어올렸으며,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각각 최대 119개의 오디오 채널을 지원한다. 차량 내부 곳곳에 정밀 마이크와 스피커를 촘촘히 배치해도 단 한 가닥의 선으로 모든 신호를 통제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는 차량의 다이어트를 갈망하는 모빌리티 엔지니어들에게 엄청난 축복이다.

SDV의 신경망: 62μs의 침묵이 만드는 피지컬 AI 인프라

차량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사유하는 SDV 아키텍처로 마이그레이션하면서, 오디오 연결성은 단순한 ‘음악 재생’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ADI의 자동차 사업부 총괄 야스민 킹(Yasmine King) 부사장이 강조했듯, 오디오는 이제 차량의 정숙성과 안전성, 그리고 반응성을 결정짓는 핵심 신경망이다.

A²B 2.0이 제시하는 압도적인 공학적 지표는 62μs(마이크로초, 100만 분의 1초) 수준의 낮고 일정한 지연 시간(Latency)에 있다. 이 초저지연 성능은 자율주행 시대의 필수 기술인 능동형 노면 소음 제거(RANC, Road-noise Active Noise Control)를 완성하는 열쇠다.

바퀴의 센서가 노면 충격으로 인한 저주파 진동을 감지하는 순간, 그 신호가 중앙 처리 장치를 거쳐 실내 스피커로 상쇄 음파를 내보내기까지의 시간이 이 지연 시간보다 길어지면 소음 제거는 실패한다. A²B 2.0의 62μs라는 속도는 소리가 고무 타이어와 철제 섀시를 타고 실내로 유입되기 전에, 빛에 가까운 속도로 소음의 길목을 차단할 수 있는 물리적 기초체력을 제공한다.

또한 산업 표준인 OASPI(Open Alliance SPI) 인터페이스를 통한 이더넷 데이터 터널링을 지원함으로써, 오디오 라인을 통해 차량 제어 데이터까지 함께 전송할 수 있는 융합적 유연성을 확보했다. 향후 대규모 차량 플릿(Fleet) 데이터를 수집하는 공유경제용 로보택시나 AMR(자율이동로봇)이 탑승객의 음성 명령을 실시간 인지하고, 차량 내부 인프라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 엣지의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Editor’s Note] 선을 끊고 공간을 잇다, 모빌리티의 새로운 청각

역사학자들은 문명의 발전을 ‘연결의 효율화’ 과정으로 요약하곤 한다. 구리선이 굵어지고 무거워지던 하드웨어의 시대는 저물고, 이제 최소한의 물리적 규격 위에 거대한 소프트웨어 코드를 실어 나르는 데이터 링크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10년간 35개 이상의 글로벌 OEM 사에 수억 개의 노드를 공급하며 뼈대를 깎아온 ADI의 기술력은, 기존의 케이블 및 커넥터 인프라를 그대로 재사용하면서 패치할 수 있는 완벽한 상위 호환성까지 갖추었다.

바그너가 극장 지하에 오케스트라를 숨겨 음악의 순수성을 극대화했듯, ADI는 A²B 2.0을 통해 차량 내부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구리선 뭉치를 숨기고 오직 ‘순수한 음향학적 경험’만을 탑승객에게 선물하고 있다.

차량이 스스로 노면을 읽고 소음을 지우며, 탑승객의 목소리에 밀리초 단위로 반응하는 지능형 모빌리티의 세계.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ADI의 실리콘 포토닉스와 오디오 버스 기술이 미래의 자동차, UAM, 그리고 로보틱스 공간을 얼마나 아름다운 고요와 선율로 채워갈지, 그 정교한 기술적 교향곡의 다음 악장을 설레는 시선으로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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