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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미국 ‘세마포 월드 이코노미’서 미래 혁신 비전 선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8년 아틀라스(Atlas) 현장 배치와 ‘피지컬 AI’로 구현하는 인간 중심의 제조 혁명 비전을 제시했다
– 2028년 아틀라스(Atlas) 현장 배치, ‘피지컬 AI’로 구현하는 인간 중심의 제조 혁명 – 새만금 9조 원 투입: 데이터센터·수소 밸류체인을 수직 계열화한 미래 신산업 제국

기원전 312년, 로마의 재무관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가 이탈리아반도 남부를 향해 곧게 뻗은 도로를 닦기 시작했을 때 세계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군대의 신속한 이동과 물자의 유기적인 흐름을 위해 구축된 ‘아피아 가도(Via Appia)’는 거대한 로마 제국을 하나로 묶는 대동맥이었다. 로마인들에게 도로는 단순한 토목공학의 결과물이 아닌, 문명의 지평을 넓히고 패권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인프라 거버넌스’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오랜 격언은 결국 물리적인 이동성을 완벽하게 지배한 자가 시대를 장악한다는 주권의 역사적 증명이다.
그로부터 2300여 년이 흐른 2026년 6월, 세계 정치와 외교의 심장부인 미국 워싱턴 DC 콘래드 호텔. 전 세계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민관 글로벌 리더들이 집결한 대규모 경제 콘퍼런스 ‘2026 세마포 월드 이코노미(Semafor World Economy)’의 단상 위에 대한민국 모빌리티의 맹주, 현대자동차그룹이 섰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뉴스 플랫폼 세마포(Semafor)와의 인터뷰를 통해 21세기형 ‘모빌리티 가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거대한 마스터플랜을 전 세계에 타전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파편화되는 글로벌 시장이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현대차그룹이 꺼내 든 카드는 단순한 차량 제조사의 지위를 넘어선 ‘로봇·AI·에너지 솔루션 중심의 미래 기술 제국’으로의 체질 전환이다.
‘아틀라스’의 어깨에 실린 피지컬 AI(Physical AI)의 본질
자동차 정비 리프트 위에서 거대한 파워트레인을 탈거하고 차체 프레임의 왜곡을 바로잡는 엔지니어의 시각에서 볼 때, 가상 세계에만 존재하는 인공지능(AI)은 반쪽짜리 지능에 불과하다. 챗GPT나 거대 언어 모델(LLM)이 모니터 화면 속에서 유려한 문장을 자아낼 때, 기계공학자들은 “이 영리한 뇌가 어떻게 물리적 공간의 마찰력과 중력을 극복하고 물체를 정밀하게 제어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뇌해 왔다.
정의선 회장이 미래 사업의 핵심 축으로 선언한 ‘피지컬 AI(Physical AI)’가 바로 그 해답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자사의 핵심 제조 시설에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현장 배치하고,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확언했다.
이것은 공장 자동화의 역사를 새로 쓰는 대사건이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이나 펜스 뒤에 갇혀 있던 협동 로봇(Cobot)들은 3차원 공간에서 프로그래밍된 궤적만을 반복하는 ‘정적 장치’였다. 반면 고도화된 비전 센서와 액추에이터(Actuator) 모터 제어 기술로 무장한 아틀라스는 인간 엔지니어의 작업 공간에 그대로 녹아들어 유기적으로 협업한다.
차량 하부의 복잡한 와이어링 하네스를 조립하거나, 불규칙하게 적재된 중량물을 정밀하게 파지(Grip)하는 등, 기계공학적 한계로 여겨졌던 영역을 인간 중심의 AI 로보틱스로 정복하겠다는 의지다.
에너지 안보의 해법: ‘수소’라는 가장 가볍고 강력한 보급선
역사상 모든 대규모 원정에서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언제나 ‘보급선의 안정성’이었다. AI 데이터센터의 폭증과 전동화 운송수단의 급증으로 전 세계가 극심한 ‘전력의 굶주림’과 에너지 안보 위기에 직면한 현시점, 현대차그룹은 가장 가볍고 풍부한 원소인 ‘수소(Hydrogen)’를 청정 에너지 전환의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정 회장은 수소전기차(FCEV)와 배터리 전기차(EV)를 상호 보완적인 기술로 규정하며, 에너지 패러다임의 원천을 장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밤낮없이 뿜어내는 열기를 식히고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활용하는 한편, 도로 위를 달리는 대형 트럭 플릿(Fleet)과 하늘을 날아오를 UAM(도심항공교통)의 에너지 밀도 한계를 수소 연료전지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최근 공개된 새만금 지역 혁신성장거점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문명의 축소판(Microcosm)이다. 112만 4,000㎡(약 34만 평) 부지에 무려 9조 원을 투입하는 이 거대한 클러스터는 다음과 같은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가진다.
- 에너지 생산: 1GW급 대규모 태양광 발전을 통한 친환경 전력 확보.
- 수소 전환: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분해하여 청정 수소를 얻는 대규모 수전해 플랜트 구축.
- 인프라 & 제조: AI 데이터센터와 수소 시티를 연계하고, 이를 뒷받침할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 조성.
이동 수단을 만들던 기업이 이동 수단을 움직이는 ‘에너지와 지능의 인프라’를 직접 채굴하고 공급하는 거대한 기술 거버넌스를 완성하는 모양새다.
제네시스가 글로벌 무대에 펼쳐 놓은 환대의 철학
기술의 진보가 차가운 실리콘과 톱니바퀴의 서사라면, 그 기술을 소비하는 인간의 영역은 따뜻한 문화적 맥락으로 채워져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가 세마포의 창립 파트너로서 워싱턴 DC 콘래드 호텔에 조성한 브랜드 전용 공간은 이 이면의 서사를 완벽히 대변한다.
제네시스는 한국 전통의 ‘손님(Son-nim)’ 환대 철학을 라운지 공간에 투영했다. 글로벌 정책 입안자들과 비즈니스 거물들이 치열한 기술 패권과 무역 전쟁을 논하는 삭막한 외교의 현장에서, 한국 고유의 배려와 존중의 문화를 담은 휴식의 순간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의 격(格)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행사 2일차에 진행된 미래 모빌리티 트랙 세션에서는 현대차 호세 무뇨스 사장이 연사로 나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유연하게 오가는 ‘멀티 파워트레인(Multi-Powertrain) 전략’을 발표하며 기술적 신뢰감을 더했다. 가장 정교한 공학적 솔루션을 제안하면서도,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가장 따뜻한 문화적 품격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제네시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에스턴 마틴이나 벤틀리 같은 전통의 강자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Editor’s Note] 어깨를 펴는 아틀라스, 문명의 무게를 견디다
그리스 신화 속 거인 아틀라스(Atlas)는 제우스에게 패한 대가로 서쪽 끝에 서서 하늘을 떠받치는 가혹한 형벌을 받았다. 그의 어깨에 실린 무게는 거대한 천구, 즉 인류가 발을 딛고 선 문명의 무게 전체였다.
2026년 현재,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신 있게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새만금에 들어설 ‘AI 수소 시티’는, 탄소 배출과 에너지 고갈이라는 위기 속에서 인류 문명의 무게를 떠받치겠다는 현대판 거인의 응전이다. 1970년대 독자 모델 ‘포니’를 개발하기 위해 해외 기술자들의 손을 빌려 가며 엔진 도면을 간신히 베끼던 변방의 자동차 제조사는, 이제 인류가 직면한 거시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가장 유연하고 회복력 있는 기술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철을 깎고 유압을 다스리던 자동차 공학의 시대에서, 빛을 쏘아 보내고 지능을 최적화하며 수소를 호흡하는 모빌리티 생태계의 시대까지. 로마의 도로가 문명의 소통을 이끌었듯, 전 세계 도로와 하늘, 공장 내부의 작업 공간까지 촘촘한 데이터와 로봇 신경망으로 연결할 현대차그룹의 ‘팍스 모빌리티(Pax Mobility)’가 과연 인류의 자유도를 어디까지 확장해 줄 수 있을지, 그 거대한 역사적 항해의 다음 장을 엄숙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모빌리티(Mobility)의 미래 비즈니스 전략을 찾다
- 모빌리티타임즈 (mobility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