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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인천 송도서 ‘브레이크 테크 서밋’ 개최
이날 서밋에서는 브레이크 하드웨어 기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어 기술, 성능 고도화, 시스템 통합 등 최신 기술 트렌드를 반영한 연구 성과들이 대거 소개됐다
50여 개 파트너사 집결… SDV 생태계 장악할 차세대 ‘제동 신경망’ 구축 시동

1825년 영국, 엔지니어 골드스워시 거니(Goldsworthy Gurney)가 개발한 증기기관 마차가 런던 시내를 질주했을 때 문명은 환호했다. 말의 근력에 의존하던 인류가 스스로 달리는 기계를 발명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환희는 오래가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올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거대한 쇳덩어리의 운동에너지를 멈춰 세울 마땅한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초기 증기마차들은 나무 블록을 바퀴에 직접 맞대어 비비는 원시적인 기계식 제동에 의존했고, 마찰열로 인해 나무가 불타버리거나 마차가 전복되는 참사가 끊이지 않았다.
인류의 이동 역사는 늘 그래왔다. 달리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안전하게 멈추는 것’이다. 기계공학의 역사에서 브레이크는 속도라는 야생마를 길들이는 가장 잔혹하고도 정교한 마찰의 서사시였다. 유압(Hydraulic)의 힘을 빌려 캘리퍼가 디스크를 움켜쥐는 현대의 브레이크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제동은 언제나 ‘강력한 물리적 압력’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이 최후의 물리적 영역이자 기계공학의 보루였던 브레이크 시스템이, 이제 인공지능(AI)과 전자기학을 만나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코드로 재정의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한 ‘브레이크 테크 서밋(Brake Tech Summit)’은 바로 이 제동 기술의 문명사적 전환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장이다.
정비 기사의 손끝 감각: 유압(油壓)의 결별과 EMB의 등장
자동차 정비 리프트 위에서 브레이크 패드를 교환해 본 엔지니어라면 브레이크 액(Fluid)의 미학을 안다. 운전자가 페달을 밟으면 부스터가 그 힘을 증폭하고, 마스터 실린더가 유압 라인을 통해 4바퀴의 캘리퍼로 브레이크 액을 밀어내 패드가 디스크를 강하게 압착한다. 이 유압식 브레이크는 한 세기 동안 자동차의 생명을 지켜온 절대적인 신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베이퍼 록(Vapor Lock) 현상이나 유압 라인 미세 누유 같은 물리적 한계, 그리고 무엇보다 ‘무겁고 복잡한 배관 라인’이라는 태생적 약점을 안고 있었다.
현대차·기아가 현대모비스, HL만도 등 50여 개 파트너사 임직원 550여 명과 함께 이번 서밋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한 핵심 화두는 바로 EMB(Electro-Mechanical Brake,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다.
EMB는 정비공학 관점에서 혁명과도 같다. 브레이크 오일 라인과 진공 부스터가 통째로 사라진다. 페달을 밟으면 그 압력이 전기 신호로 바뀌고, 각 바퀴에 장착된 고성능 전기 모터(액추에이터)가 디스크를 직접 압착한다. 배관이 사라진 자리는 가벼운 전선이 대체하며, 차량의 무게는 극적으로 줄어든다. 정비성 또한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오일 교환이나 에어 빼기 작업이 필요 없는, 그야말로 ‘유압과의 결별’이다.
3. SDV와 피지컬 로보틱스의 심장: 밀리초(ms) 단위로 사유하는 제동
이번 브레이크 테크 서밋에서 발표된 50편의 우수 논문들이 단순히 하드웨어의 개선에만 머물지 않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어 기술과 시스템 통합에 무게를 둔 이유는 명확하다. 미래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SDV 환경에서 브레이크는 단순한 정지 장치가 아니다. 차량 중앙 컴퓨터의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신경망이다. 눈길이나 빗길 같은 가혹한 노면에서 차량이 미끄러질 때, AI 제어 기술이 탑재된 EMB는 인간의 인지 속도보다 수백 배 빠른 밀리초(ms) 단위로 각 바퀴의 제동력을 독립적으로 분배한다.
이러한 초정밀 제동 기술은 모빌리티 생태계 전체로 확장된다.
- AMR(자율이동로봇): 공장 내부에서 무거운 하중을 싣고 급회전할 때 전복을 막아주는 정밀 무게중심 제동이 가능해진다.
- UAM(도심항공교통): 버티포트(Vertiport)에 착륙한 후 활주 및 정지 과정에서 탑승객에게 가해지는 횡가속도를 최소화하는 부드러운 제동 성능을 제공한다.
- 공유경제(PBV/로보택시): 운전자의 성향에 종속되지 않고, 승객의 쾌적함을 위해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 감도를 실시간 최적화한다.
[Editor’s Note] 멈출 수 있는 역량이 곧 진보의 속도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은 위기에 대한 성공적인 응전을 통해 발전한다”고 했다. 마차의 속도가 빨라지자 인류는 유압이라는 도구로 응전했고, 이제 자율주행과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와 전동화’라는 무기로 응전하고 있다.
새로운 브레이크 기술을 독점하지 않고 HL만도, KB오토시스, 상신 등 국내외 대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과 서밋을 통해 생태계를 공유하는 현대차·기아의 행보는 고무적이다. 이는 16세기 대항해시대의 함대들이 하나의 기치 아래 진형을 짜듯,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의 격변기 속에서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전체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동반성장의 거버넌스이기 때문이다.
가속 페달이 문명의 전진을 뜻한다면, 브레이크 페달은 그 전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문명의 품격이다.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인류는 더 높은 속도의 자율주행을 꿈꿀 수 있다. 물리적 마찰의 한계를 넘어 실리콘과 코드로 다시 태어난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제동 시스템이, 미래 모빌리티의 질주를 얼마나 안전하고 완벽하게 멈춰 세울지 그 기술적 서사의 다음 장이 기다려진다.
모빌리티(Mobility)의 미래 비즈니스 전략을 찾다
- 모빌리티타임즈 (mobility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