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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본사 사옥에 관수·배송·보안 로봇 3종 실전 배치

현대자동차·기아가 서울 서초구 양재사옥에 관수(灌水) 로봇, 배송 로봇, 보안 로봇 등 첨단 로봇 3종의 서비스를 공식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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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D 모듈과 센서퓨전으로 무장한 모빌리티, 빌딩의 수직 아키텍처를 점령하다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에 관수 로봇 등 3종 로봇 서비스 개시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에 관수 로봇 등 3종 로봇 서비스 개시 (이미지. 현대차그룹)

1434년(세종 16년), 경복궁 보루각에 거대한 기계 장치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 최고의 엔지니어 장영실이 제작한 자동 물시계, ‘자격루(自擊漏)’였다. 항아리에서 흘러내린 물이 일정 수위에 도달하면 부표가 떠오르고, 그 지렛대의 힘으로 쇠구슬이 굴러떨어지며 나무 인형이 스스로 종과 북을 쳐 시간을 알렸다. 인간의 개입 없이 기계가 스스로 상황을 인지(Sense)하고 판단(Think)하여 물리적인 행동(Act)을 수행하는, 이른바 대한민국 ‘피지컬 AI(Physical AI)’의 위대한 조상인 셈이다. 조선의 자격루가 흐르는 물의 물리적 복원력을 제어해 문명의 질서를 잡았다면, 그로부터 600여 년이 흐른 2026년 현재, 서울 양재동의 중심부에서는 거꾸로 로봇이 물을 다스리며 인간과의 공존을 선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서울 서초구 양재사옥에 관수(灌水) 로봇, 배송 로봇, 보안 로봇 등 첨단 로봇 3종의 서비스를 공식 개시했다. 단순한 기술 전시용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임직원들이 매일 숨 쉬고 일하는 일상적인 공용 공간에 3종의 로봇을 상시 투입해, 사옥 전체를 하나의 ‘로봇 친화 빌딩(Robot Friendly Building)’으로 진화시키는 거대한 실험이다. 화면 속 가상 세계에 갇혀 있던 생성형 인공지능이 마침내 바퀴와 관절이라는 육신을 얻어 현실 세계의 문명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PnD 모듈과 센서퓨전이 깎아낸 미시적 주행

자동차 정비 리프트 위에서 차량의 하체를 바라보는 엔지니어의 시각에서, ‘이동성(Mobility)’이란 언제나 노면과의 치열한 마찰력을 제어하는 과정이다. 기존의 조향 장치가 타이로드 엔드와 랙 앤 피니언 기어로 묶인 정형화된 축의 세계였다면, 이번 양재사옥에 투입된 로봇들의 발판이 되는 PnD(Plug & Drive) 모듈은 기계공학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뒤흔드는 초정밀 조향 아키텍처다.

PnD 모듈은 구동 모터와 조향, 서스펜션, 브레이크가 하나의 휠 인 유닛(Wheel-in Unit)으로 완전히 통합된 지능형 부품이다. 축의 제한 없이 360도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회전하며, 제자리에서 방향을 바꾸는 인시투(In-situ) 회전이나 비스듬히 게걸음으로 나아가는 크랩 주행이 가능하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조경 관리 로봇 ‘달이 가드너(DAL-e Gardener)’와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의 하부에는 바로 이 PnD 모듈이 장착되어, 임직원들로 붐비는 복잡한 로비에서도 마치 미끄러지듯 유연하게 장애물을 피해 간다.

여기에 카메라는 숲을 보고, 라이다(LiDAR)는 거리를 재는 센서퓨전(Sensor Fusion) 기술이 결합됐다. 달이 가드너는 이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빌딩 내부를 3차원 공간으로 스캔한 뒤, 식물과 흙, 화단을 정확히 구분해 낸다.

승하강이 가능한 6축 회전 로봇팔을 뻗어 조경 식물에 정확히 물줄기를 분사하는 모습은, 과거 기계식 정비 공장에서 정밀 토크 렌치를 다루던 노련한 정비사의 손길만큼이나 정교하다. 물이 부족하면 건물 급수 설비와 무선 통신(M2M)하여 스스로 물을 채우고 배수하는 메커니즘은 유지보수의 손길마저 최소화했다.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에 관수 로봇 등 3종 로봇 서비스 개시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에 관수 로봇 등 3종 로봇 서비스 개시 (이미지. 현대차그룹)

공간의 아키텍처를 점령한 SDV와 로봇 신경망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의 본질은, 하드웨어가 뼈대라면 소프트웨어는 그 위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 있다.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에 구축된 인프라는 정확히 이 SDV의 철학을 거대한 아키텍처(빌딩)로 확장해 놓은 형상이다.

로봇들이 단순한 ‘굴러다니는 기계’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배경에는, 두 가지 핵심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존재한다.

  • 안면인식 시스템 페이시(Facey): 건물 전체 출입 보안 인프라와 연동되어, 달이 딜리버리가 음료를 배송할 때 주문자의 얼굴을 카메라로 0.1초 만에 식별해 별도의 카드 인증 없이 수납함을 열어준다.
  • 통합 관제 시스템 나콘(NARCHON): 이종(異種) 로봇 군집 제어의 브레인이다. 관리자는 웹앱을 통해 등록된 모든 로봇의 위치, 배터리 상태, 임무 스케줄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충전이 필요할 경우 로봇이 전용 엘리베이터와 무선 통신하여 1층 ‘로봇 스테이션’으로 스스로 복귀하도록 제어한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완성해 가고 있는 AMR(자율이동로봇)의 소프트웨어 스택이 고층 빌딩이라는 3차원 격자 공간을 완벽히 정복했음을 의미하며, 글로벌 안전인증 기관인 ‘유엘솔루션(UL Solutions)’으로부터 기술 검증을 마침으로써 신뢰성을 획득했다.


[Editor’s Note] 온몸으로 느끼는 기술의 동도서기(東道西器)

구한말의 지식인들은 서양의 발달한 과학 기술을 수용하되 정신만큼은 우리의 것을 지키자는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을 펼쳤다. 엔비디아와 테슬라에서 자율주행의 뼈대를 깎아오다 현대차그룹의 키를 잡은 AVP본부장 박민우 사장의 지휘 아래, 현대차그룹이 양재사옥에 구현해 낸 피지컬 AI 생태계는 이 동도서기의 완벽한 현대적 변주곡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라는 서양의 강건한 기계적 하드웨어 플랫폼 위에,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독자 개발한 자율주행 순찰 모듈이라는 ‘한국형 소프트웨어의 뇌’를 얹어 빌딩의 파수꾼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사옥 로비에서 커피를 나르고 화초에 물을 주는 로봇들의 풍경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마주할 자율주행 셔틀, 배송 자율 차량, 그리고 도심항공교통(UAM)이 도심 빌딩 숲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갈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징표다.

600년 전 장영실의 자격루 속 목인(木人)들이 북을 치며 시간을 알렸을 때 조선의 선조들이 느꼈을 경외감은, 오늘날 양재사옥 로비에서 인간의 얼굴을 알아보고 커피를 건네는 로봇을 마주한 임직원들의 미소와 고스란히 겹쳐진다. 기계를 도구로 바라보던 시대를 넘어, 로봇을 일상의 동반자로 포용하기 시작한 현대차그룹의 인간 중심 피지컬 AI 서사가 인류의 모빌리티 자유도를 어디까지 확장해 줄지, 그 유려한 기술적 행보를 설레는 시선으로 추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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