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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실리콘 포토닉스 ‘PIC100’ 플랫폼 대량 생산 돌입
ST가 글로벌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데이터센터 및 AI 클러스터를 위한 광 인터커넥트용으로 사용하는 최첨단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PIC100 플랫폼의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전력의 늪에 빠진 AI 인프라 슈퍼사이클… 차세대 ‘PIC100 TSV’로 CPO 시장 정조준

13세기 전 세계를 호령했던 몽골 제국의 힘은 단순히 군대의 무력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광활한 영토를 하나로 묶은 핵심 비결은 제국 전역에 촘촘히 깔린 초고속 정보 네트워크, 바로 ‘오르토(Ortoo, 역참제)’였다. 징기스칸과 그의 후계자들은 약 40km마다 역참을 두고 신선한 말과 전령을 대기시켰다. 국가의 중대사가 발생하면 전령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말을 갈아타며 정보를 나르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했다. 제무리 아무리 영토가 넓고 군대가 강해도, 명령을 전달할 ‘길’이 막히면 제국은 안에서부터 붕괴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백 년이 흐른 2026년 현재, 인공지능(AI)과 초거대 언어 모델(LLM)이 지배하는 실리콘 제국 역시 똑같은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초고성능 GPU가 가득 들어찬 고밀도 AI 클러스터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사)들의 연산 능력은 인류사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하지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연산 장치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 즉 ‘구리선(Copper Wire)’ 기반의 전기적 인터커넥트 기술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구리선은 전송 속도를 높일수록 막대한 열이 발생하고 데이터 손실(Loss)이 급증한다. 연산 장치는 초고속으로 진화하는데, 정보를 나르는 ‘역참의 말’이 지쳐 쓰러지는 병목 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 이하 ST)가 이 AI 제국의 통신 병목을 뚫기 위해 마침내 구리선을 걷어내고 ‘빛의 길’을 대량 복제하기 시작했다. ST는 글로벌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데이터센터 및 AI 클러스터용 광 인터커넥트로 사용하는 최첨단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 기반 ‘PIC100’ 플랫폼의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구리선에서 실리콘 도파관으로의 ‘패러다임 시프트’
자동차공학에서 고성능 스포츠카의 엔진 성능을 온전히 노면에 전달하기 위해 ‘드라이브 샤프트’의 회전 균형과 동력 손실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듯, 반도체 공학에서는 광학적 데이터 손실을 소수점 아래 단위까지 깎아내는 것이 엔지니어의 숙명이다.
ST가 대량 생산을 개시한 800G 및 1.6T(테라비트) PIC100 플랫폼은 전기 신호를 빛(광자)으로 변환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빛은 구리선과 달리 저항으로 인한 발열이 없고, 전자파 간섭도 받지 않아 이론상 스펙트럼의 한계까지 대역폭을 확장할 수 있다.
엔지니어적 관점에서 이번 PIC100 플랫폼이 경이로운 이유는 ‘동급 최저 수준의 광학 손실률’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ST는 실리콘 및 질화규소(SiN) 도파관(Waveguide) 손실을 각각 0.4 dB/cm와 0.5 dB/cm라는 극한의 수치로 낮추었다.
빛이 지나가는 미세한 통로의 거칠기를 원자 단위로 제어하여 빛의 산란을 막은 것이다. 여기에 고도화된 변조기(Modulator)와 포토다이오드, 혁신적인 에지 커플링(Edge Coupling) 기술을 결합해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요구하는 ‘고대역폭·저지연·고효율’이라는 불가능한 삼각 구도를 완성했다.
미래 모빌리티와 AI 생태계를 관통하는 기술 로드맵: CPO와 TSV
시장조사기관 라이트카운팅(LightCounting)의 CEO 블라디미르 코즐로프(Dr. Vladimir Kozlov)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실리콘 포토닉스 변조기를 통합한 트랜시버의 비중은 2025년 43%에서 2030년 76%까지 급증하며 전체 시장 규모가 340억 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ST는 이러한 AI 인프라 슈퍼사이클을 주도하기 위해 프랑스 크롤(Crolles)에 위치한 300mm 대규모 제조 라인을 가동 중이며, 오는 2027년까지 생산량을 4배 이상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증설 계획을 확정했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장기 생산 능력 예약(Capacity Reservation) 계약이 끝났을 만큼 현장의 수요는 폭발적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ST는 차세대 기술인 ‘PIC100 TSV’ 플랫폼의 로드맵을 함께 제시했다. TSV(Through-Silicon Via, 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을 실리콘 포토닉스에 통합하면 광-전자 소자를 수직으로 쌓아 올릴 수 있다. 이는 광 연결 밀도를 극대화하고 시스템의 열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열쇠다. 궁극적으로는 광학 모듈을 프로세서와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CPO(Co-Packaged Optics, 공동 패키지 광학) 아키텍처를 완벽히 지원하게 된다.
이러한 반도체 패키징의 진화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와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완전 자율주행(레벨 4 이상) 차량이나 도심항공교통(UAM), 인간형 AMR 로봇이 공장 내부를 누비는 피지컬 AI 환경에서는 대규모 차량 플릿(Fleet)과 클라우드 간의 데이터 교류가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차량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 뇌(뇌신경망 프로세서)가 요구하는 수조 원 규모의 연산을 클라우드 뒷단에서 지연 없이 받아내려면, 결국 데이터센터의 심장이 실리콘 포토닉스로 무장해야만 한다. 모빌리티의 신경망이 도로 위라면, 그 신경망의 뿌리는 ST가 깎아내고 있는 실리콘 칩셋 속에 있는 셈이다.
[Editor’s Note] 문명사적 전환기, 구리의 시대가 가고 빛의 시대가 온다
역사학자들은 문명의 단계를 도구의 재질로 구분해 왔다. 석기, 청동기, 철기, 그리고 현대의 ‘실리콘(규소) 시대’까지. 그러나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시스템 내부를 연결하던 ‘구리(靑銅)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전기를 흘려보내 정보를 전달하던 물리적 아키텍처는 이제 빛을 다스리는 광학의 시대로 완전히 마이그레이션(Migration) 중이다.
파비오 구알란드리스 ST 사장은 자사의 기술 플랫폼과 대규모 제조 라인의 결합이 “AI 인프라 슈퍼사이클을 지원하는 독보적인 경쟁 우위”라고 확언했다.
13세기 몽골의 오르토가 유라시아 대륙의 대동맥을 뚫어 대항해시대의 서막을 열었듯,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 실리콘 포토닉스 PIC100 플랫폼은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과 산업, 모빌리티 전반에 스며들 수 있도록 돕는 ‘빛의 만리장성’이자 초고속 고속도로가 될 것이다. 실리콘 위에서 펼쳐지는 광학 혁명이 바꿀 미래의 속도를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자.
모빌리티(Mobility)의 미래 비즈니스 전략을 찾다
- 모빌리티타임즈 (mobility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