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테크 칼럼] 굿바이 오일, 헬로 모터… 아틀라스가 ‘혈관’을 버리고 ‘신경’을 택한 이유
유압식 아틀라스의 은퇴는 단순한 모델 변경이 아니다. 그것은 거칠게 폭발하던 ‘힘(Force)’의 시대가 저물고, 정밀하게 조율되는 ‘제어(Control)’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현대차그룹이 CES 2026에서 선보일 전동식 아틀라스는 유압 호스라는 ‘혈관’ 대신 전동 모터라는 ‘신경’을 택했다
엔지니어링의 관점에서 본 유압식(Hydraulic)과 전동식(Electric)의 세대교체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전동식 아틀라스’는 로봇 공학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마치 자동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것과 비견될 만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동력원이 바뀐 것이 아니라, ‘힘(Force)’의 시대에서 ‘제어(Control)’의 시대로 넘어갔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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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오승모 수석연구위원, 아이씨엔 미래기술센터
역사는 때로 조용한 퇴장에서 시작됩니다. 2024년 4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유튜브를 통해 전설적인 로봇 ‘아틀라스(Atlas)’의 은퇴를 알렸습니다. 백덤블링을 하고 파쿠르를 뛰던 그 역동적인 로봇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하루 뒤, 완전히 새로워진 ‘전동식 아틀라스’가 공개되었습니다.
공개된 영상(All New Atlas)을 보신 분들은 아마 적잖은 충격을 받으셨을 겁니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로봇이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리를 등 뒤로 꺾어 일어나고(Get up), 몸통과 머리를 360도 빙글빙글 돌리며(Infinite Rotation) 다가옵니다. “너무 기괴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엔지니어로서 제가 본 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초월한 효율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아틀라스가 ‘유압(Hydraulics)’을 버리고 ‘전동(Electric)’을 택했기에 가능한 마법입니다.
아래 2개의 영상을 동시에 플레이 한 후에 함께 시청하면, 새로운 아틀라스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기존 1세대 아틀라스의 매니퓰레이터 작동 모습 / HD Atlas Manipulates | Boston Dynamics
2세대 아틀라스의 매니퓰레이터 작동 모습 / Perception and Adaptability | Inside the Lab with Atlas
파스칼의 원리, 강력하지만 거친 ‘짐승의 힘’
기존의 아틀라스는 유압식이었습니다. 유압 시스템은 인간의 심장과 혈관을 모사한 것과 같습니다. 펌프가 심장처럼 오일을 고압으로 쏘아 보내면, 실린더나 모터가 그 압력을 받아 움직입니다. 이 방식은 작은 크기로도 엄청난 힘을 낼 수 있는 ‘출력 밀도(Power Density)’가 장점입니다. 초기 아틀라스가 공중제비를 돌 수 있었던 비결이죠.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복잡한 배관’입니다. 온몸에 퍼진 유압 호스들은 관절이 회전할 때 꼬이거나 끊어질 위험이 큽니다. 때문에 기존 아틀라스는 인간의 관절 가동 범위(Range of Motion) 안에서만 움직여야 했습니다.
집 거실과 사무실에서 로봇이 돌아다니는데, 슉슉거리는 펌프 소음이 들리고 바닥에 기름이 묻어난다면? 그건 동반자가 아니라 공장 기계일 뿐입니다.
로렌츠의 힘, 그리고 ‘360도 회전’의 힘
반면, 영상 속 새로운 아틀라스는 전동식입니다. 모터와 감속기, 그리고 배터리로 움직입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합니다. 전동식은 복잡한 유압 호스 대신 전선만 연결하면 됩니다. 특히 ‘슬립 링(Slip Ring)’ 같은 부품을 사용하면 전선 꼬임 없이 무한 회전이 가능합니다.
영상에서 아틀라스가 몸통을 360도 돌려 뒤를 확인하고, 다리를 꼬아 일어나는 동작은 ‘굳이 인간처럼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작업 중 뒤를 돌아볼 때 발을 떼어 몸을 돌리는 ‘비효율적인 동작’ 대신, 상체만 휙 돌리면 되는 것이죠. 이는 작업 속도와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또한, 소음이 사라졌습니다. 영상 속 아틀라스는 모터 구동음(Whirring)만 들릴 뿐, 과거의 시끄러운 펌프 소리가 없습니다.
전광석화 같은 제어, ‘지성의 시대’로
전동식의 또 다른 무기는 ‘대역폭(Bandwidth)’과 ‘정밀 제어’입니다. 유압은 유체 전달에 미세한 지연(Delay)이 발생하지만, 전기는 빛의 속도로 신호를 전달합니다. 아틀라스가 일어날 때 보여준 그 부드럽고 균형 잡힌 동작은 모터가 0.001초의 오차도 없이 즉각 반응하며 자세를 제어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아틀라스는 숨을 헐떡이는(펌프 소음) 근육질의 체조 선수가 아닙니다. 관절의 제약을 벗어던지고 소리 없이 움직이는, 공학적으로 진화한 새로운 종(Species)의 탄생입니다.
개발자의 설계 철학: “인간을 닮되, 인간을 초월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개발진들이 영상 공개 후 밝힌 대담 내용은 이러한 기술적 변화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 줍니다.(아래 영상 참조) 많은 이들이 전동식 모터가 유압보다 힘이 약할 것이라 우려했지만, 그들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새로운 아틀라스는 기존 유압식 모델보다 더 강하다.” 슬림해진 외형은 약해진 것이 아니라, 군더더기를 깎아내고 최신 모터 기술로 파워를 압축한 결과물인 셈입니다.
The Humanoid Mission in Manufacturing | Boston Dynamics Tech Talk
특히 영상 속 충격적인 움직임에 대해 그들은 “인간의 형상(Form factor)을 가졌다고 해서, 인간의 동작 한계(Range of motion)에 갇힐 필요는 없다.”는 철학을 강조했습니다.
좁은 공장 통로에서 뒤에 있는 물건을 집어야 할 때, 인간은 발을 떼어 몸을 돌려야 합니다. 하지만 아틀라스는 상체만 180도 회전하면 됩니다. ‘기괴하다’고 느꼈던 그 동작은 사실,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제약을 넘어선 ‘극한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CES 2026에서 보여줄 아틀라스는 단순한 로봇이 아닙니다. 연구실에서 백덤블링을 하며 가능성을 보여주던 ‘체조 선수’가, 이제는 현대차 공장에서 실제 부품을 들고 나르는 ‘숙련된 노동자’로 진화했음을 선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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