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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의 핏줄이 뚫린다”… 대장~홍대 27분 주파, 현대건설의 ‘철의 혁명’ 시작
현대건설이 부천 대장신도시와 서울 홍대입구역을 잇는 광역철도 사업의 첫 삽을 떴다. 이동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키며 수도권 서부의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소할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철도 건설을 넘어 공간과 사람을 잇는 새로운 모빌리티 인프라의 확장을 의미한다.
국내 최초 BTO+BTL 혼합 방식 도입, 2031년 수도권 서부 ‘교통 동맥경화’ 해소 기대

길이 열리면 문명이 바뀐다.
과거 조운선(漕運船)이 물길을 따라 물자를 날랐다면, 현대의 문명은 철길 위에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인다. 지난 12월 15일, 부천시 오정대공원 축구장에서는 수도권 서부 지역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펼쳐졌다.
현대건설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용석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과 함께 ‘대장~홍대 광역철도 민간투자사업(이하, 대장홍대선)’의 착공식을 갖고, 2031년 개통을 향한 20.1km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총사업비 2조 1,287억 원이 투입되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단순한 토목 공사를 넘어, 도시의 혈관을 새롭게 잇는 대수술과도 같다.
민관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 ‘하이브리드’ 사업 모델
역사 속 대규모 토목 공사가 국가 주도의 강제 노역이나 일방적인 자본 투입으로 이루어졌다면, 대장홍대선은 현대 금융 기법과 엔지니어링의 정교한 결합을 보여준다.
이번 사업은 국내 최초로 BTO(수익형 민자사업)와 BTL(임대형 민자사업) 방식을 혼합한 모델이 적용되었다. BTO의 수익성과 BTL의 안정성을 결합해 사업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이용자의 요금 부담을 낮추는, 이른바 ‘황금비율’을 찾아낸 셈이다. 2020년 현대건설이 주도한 컨소시엄(서부광역메트로 주식회사)이 최초 제안한 이 방식은 향후 민자 철도 사업의 교과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도 현대건설의 역량이 돋보인다. 총 5개 공구 중 현대건설은 시작점인 1공구(대장신도시)와 난이도가 가장 높은 4공구(가양역~상암)를 담당한다. 특히 4공구는 한강 하저를 통과해야 하는 고난도 구간이다. 물살이 거센 강 밑으로 터널을 뚫는 것은 과거에도 난공불락의 영역이었으나, 현대건설은 축적된 터널링 기술과 최신 공법을 동원해 안전하고 정밀하게 물길 아래 ‘철의 길’을 놓을 예정이다.
57분에서 27분으로, ‘시공간의 압축’이 가져올 변화
모빌리티의 핵심은 결국 ‘이동 효율성’이다. 대장홍대선이 개통되면 부천 대장지구에서 서울 홍대입구까지의 이동 시간은 기존 57분에서 27분으로, 물리적 거리는 그대로지만 체감 거리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는 단순한 시간 단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 경인선이 서울과 인천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었듯, 대장홍대선은 부천, 강서구, 고양 덕은지구를 서울 도심과 직결시킨다. ▲원종역(서해선) ▲화곡역(5호선) ▲가양역(9호선) ▲홍대입구역(2호선·공항철도·경의중앙선) 등 4개의 환승역은 이 노선을 수도권 철도망의 ‘허브’로 격상시킬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과 UAM(도심항공교통)이 상용화될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광역 철도망은 도심 모빌리티 생태계의 기저(Base)가 된다. 철도로 주요 거점까지 이동하고,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PM(개인형 이동장치)이나 자율주행 셔틀이 담당하는 미래형 환승 체계의 핵심 축이 바로 대장홍대선이 될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강과 도심지를 관통하는 까다로운 공정이지만, 현대건설의 기술적 DNA를 총동원해 안전 시공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수도권 서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교통 복지 실현을 위해 적기 개통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뜯어보기] 강물 아래 40m, ‘강철 두더지’가 달린다”… 한강 하저 터널링의 과학
발파 없이 조용하게, TBM 공법이 그리는 지하 모빌리티의 미래
19세기 영국, 마크 브루넬은 배 밑바닥을 갉아먹는 ‘좀조개’를 보고 템스강 하저 터널의 영감을 얻었다. 자연에서 배운 이 작은 지혜는 오늘날 거대한 ‘기계 두더지’로 진화해 한강의 물길 아래를 뚫는다. 현대건설이 대장홍대선 4공구에서 선보일 하저 터널링 기술은 단순한 굴착이 아니다. 그것은 수압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힘을 제어하며 길을 만드는, 토목공학의 정점이자 예술이다.

도시의 확장은 필연적으로 강의 극복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다리를 놓아 강을 넘었지만, 이제는 강 아래로 들어가는 시대다. 대장홍대선의 난코스인 한강 하저 구간(가양~상암)은 물 위가 아닌 물 아래 40m 지점의 암반과 토사를 뚫고 지나간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수행하는 주인공은 다이너마이트가 아닌, TBM(Tunnel Boring Machine)이라 불리는 초대형 굴착 기계다.
좀조개에서 시작된 ‘실드(Shield)’의 역사
터널 공학의 역사는 ‘방패(Shield)’의 역사다. 연약한 지반을 뚫을 때 굴착면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철 원통(방패)으로 막아주며 전진하는 원리다. 이 아이디어는 1825년 마크 브루넬이 템스강 터널을 뚫을 때 처음 고안했다. 그는 좀조개가 나무를 갉아먹으면서 자신의 분비물로 굴 내벽을 코팅해 무너짐을 방지하는 것을 보고 ‘실드 공법’을 창안했다.
현대건설이 한강 하저에 투입할 TBM은 이 원리를 최첨단으로 발전시킨 장비다. 과거처럼 사람이 곡괭이로 파는 것이 아니라, 기계 전면부의 거대한 커터 헤드(Cutter Head)가 회전하며 암반을 잘게 부순다. 동시에 기계 후방에서는 ‘세그먼트’라 불리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즉시 조립해 터널의 벽을 완성한다. 굴착과 건설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움직이는 공장’인 셈이다.
강물 무게를 견디는 기술, 이수식(Slurry) 실드 TBM
한강 아래를 뚫는다는 것은 엄청난 수압과의 싸움을 의미한다. 자칫하면 강물이 터널 내부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다. 여기서 엔지니어링의 정수가 발휘된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하저 구간 특성에 맞춰 ‘이수식(Slurry) 실드 TBM’ 공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공법은 굴착면에 특수 용액(이수)을 채워 넣어 압력을 가함으로써, 강물의 수압과 지반의 토압에 맞서 평형을 유지한다. 즉, 밖에서 누르는 힘만큼 안에서 밀어주며 파고드는 것이다. 이 기술 덕분에 지반 침하를 최소화하고, 소음과 진동 없이 안전하게 강 밑을 통과할 수 있다. 이는 발파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잦은 도심지 공사에도 최적화된 솔루션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결되는 모빌리티 혁명
우리가 지상에서 평온하게 일상을 보내는 동안, 발밑 수십 미터 아래에서는 거대한 강철 두더지가 하루에 몇 미터씩 묵묵히 전진한다. 대장홍대선의 하저 터널은 단순한 지하철 통로가 아니다. 지상의 포화된 교통량을 지하로 분산시켜, 지상을 사람 중심의 공간이나 UAM(도심항공교통) 이착륙장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 공간으로 재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로마인들이 아치 기술로 수로를 연결해 물의 흐름을 바꿨다면, 현대의 엔지니어들은 TBM 기술로 사람과 데이터의 흐름을 바꾼다. 현대건설이 한강 아래에 새길 궤적은 2031년, 수도권 서부 교통 혁명이라는 거대한 결실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기술이 세상을 가장 크게 움직이고 있다.
모빌리티(Mobility)의 미래 비즈니스 전략을 찾다
- 모빌리티타임즈 (mobility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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