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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BMW가 ‘노이어 클라쎄’로 던진 질문: 당신의 ‘다음 차’는 무엇으로 만들어져야 하는가?
BMW의 비전인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는 단순한 ‘새 차’가 아닌, “앞으로의 자동차는 어떤 철학으로 만들어져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모빌리티타임즈 오승모 편집장] 2025년 9월의 뮌헨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미래 모빌리티의 비전들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더 화려한 스크린, 더 강력한 자율주행 기술이 저마다 미래라고 외치는 소리의 홍수 속에서, BMW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들은 ‘BMW 비전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를 통해 단순한 ‘새 차’가 아닌, “앞으로의 자동차는 어떤 철학으로 만들어져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으로 전동화, 디지털화, 순환성이라는 세 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꽤나 교과서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BMW가 얼마나 대담하고 치밀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본질로 돌아간 전동화, ‘불안’을 지우다
전기차 시장은 어느덧 주행거리와 제로백 경쟁의 늪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BMW는 노이어 클라쎄를 통해 경쟁의 축을 ‘효율’과 ‘편의’라는 본질로 되돌리려 한다. 6세대 eDrive 기술과 새로운 원형 배터리 셀을 통해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를 ‘30%’씩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는 단순히 숫자를 넘어선다.
이는 운전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안감, 즉 ‘충전 스트레스’와 ‘주행거리 제약’을 정면으로 해결하겠다는 선언이다. 전기차를 더 이상 특별한 인내심이 필요한 물건이 아닌, 내연기관차보다 더 편리하고 즐거운 일상의 파트너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올리버 집세 (Oliver Zipse) BMW 그룹 회장은 IAA 개막 첫날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노이어 클라쎄는 단순한 자동차나 특정 콘셉트가 아니다. 이는 미래의 BMW 브랜드를, 나아가 BMW 그룹 전체를 재정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노이어 클라쎄를 통해 우리는 지속가능성을 다음 세대를 위한 혁신과 동의어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전동화, 디지털화, 그리고 순환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 축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을 재정의하는 디지털, ‘관계’를 만들다
운전석을 지배하던 거대한 중앙 스크린 경쟁에 BMW는 ‘파노라믹 비전’이라는 우아한 해답을 내놓았다. 앞유리 전체를 정보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이 기술은 단순히 신기한 볼거리가 아니다. 운전자의 시선을 전방 도로에서 떼지 않게 하면서도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과 편의를 동시에 잡겠다는 철학적 접근이다.
이는 ‘기술 과시’에서 ‘인간 중심’으로 디지털 경험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신호탄이다. 자동차와 운전자가 더 이상 명령하고 수행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랭크 웨버 (Frank Weber) BMW 그룹 기술개발 총괄 이사는 “BMW 파노라믹 비전은 ‘눈은 도로에, 손은 핸들 위에’라는 우리의 핵심 원칙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이라며, “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밝혔다.

가장 대담한 선언, ‘순환성’으로 프리미엄을 논하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대담하고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연 ‘순환성’에 대한 비전이었다. 재활용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생산 공정에서부터 탄소 배출을 없애며, 나중에 폐차될 때까지 고려한 설계. 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적 요구에 대한 BMW의 가장 진지한 답변이다.
과거 프리미엄의 가치가 가죽 시트의 질감과 엔진의 출력에서 나왔다면, 미래의 프리미엄은 ‘얼마나 책임감 있게 만들어졌는가’에서 나올 것이라는 강력한 선언이다. 순환성은 단순한 친환경 마케팅을 넘어, BMW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게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BMW 그룹이 제시하는 미래 모빌리티 3대 핵심 이슈
결국 BMW가 노이어 클라쎄를 통해 보여준 것은 아래의 3가지 방향성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만들어낼 미래 모빌리티의 총체적인 모습이었다.
- 1. 차세대 전동화: 단순히 멀리 가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충전 불안을 해소하는 ‘효율 중심’의 접근.
- 2. 인간 중심 디지털화: 기술 과시를 넘어, 안전과 편의를 극대화하는 ‘경험 중심’의 인터페이스(파노라믹 비전).
- 3. 지속가능한 순환성: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철학 중심’의 새로운 프리미엄 가치 제시.
BMW의 ‘노이어 클라쎄’는 한 기업의 미래 제품 라인업을 넘어, 100년 역사의 자동차 산업이 다음 100년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모범 답안과 같다. 화려한 기술의 나열이 아닌, 기술과 철학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비전이 현실이 되는 과정은 험난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BMW는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잃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 길을 누구보다 앞서서 걸어갈 준비가 되었음을 증명해 보였다. 곧 도로 위를 달리게 될 첫 번째 노이어 클라쎄 양산 모델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모빌리티(Mobility)의 미래 비즈니스 전략을 찾다
- 모빌리티타임즈 (mobility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