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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자동차, 보쉬는 하드웨어로 답하다
보쉬는 IAA MOBILITY 2025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의 두뇌부터 신경, 근육에 해당하는 고성능 센서, 중앙 컴퓨터, 액추에이터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선보이며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핵심 기술 파트너임을 증명했다.
IAA MOBILITY 2025에서 선보인 센서부터 액추에이터, 중앙 컴퓨터까지… SDV 시대의 핵심 기술 총망라

[모빌리티타임즈] 자동차가 거대한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이 차량의 성능과 경험을 정의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Software-Defined Vehicle)’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코드와 알고리즘의 향연 뒤에는 이를 완벽하게 구현할 물리적 기반, 즉 정교한 하드웨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기술 기업 보쉬(Bosch)는 지난 한 주 동안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MOBILITY 2025’에서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소프트웨어의 잠재력을 100% 끌어낼 수 있는 최첨단 하드웨어 솔루션을 대거 공개하며, SDV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자동차의 감각(센서), 두뇌와 신경망(컴퓨터·아키텍처), 근육(액추에이터)에 이르는 보쉬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초감각’의 시대: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보는 자동차의 눈
자율주행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성능은 결국 얼마나 정확하게 주변 환경을 인지하느냐에 달려있다. 보쉬는 이번에 한 차원 진화한 ‘감각기관’들을 선보였다.
- 차세대 레이더 센서 (SX600/SX601): 첨단 반도체 기술을 적용해 기존 모델보다 탐지 거리를 약 30% 늘렸다. 이는 고속 주행 시 더 멀리 있는 위험까지 미리 감지해 대응 시간을 확보해준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할 점은 두 개의 SX601 센서를 직렬로 연결해 8개의 송신 및 8개의 수신 안테나를 동시에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는 레이더의 해상도와 정밀도를 극대화하여 마치 사람의 두 눈처럼 거리와 깊이를 훨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 지능형 초음파 센서 (TB293/TB193): 주차 보조 등에 사용되는 초음파 센서도 AI를 만나 진화했다. 보쉬의 신형 칩은 센서에서 감지한 가공되지 않은 원시 데이터(Raw Data)를 직접 처리한다. 기존 방식이 한 번 정제된 정보를 전달했다면, 이제는 모든 데이터를 그대로 활용해 AI가 더 미세하고 복잡한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보쉬는 ‘VASI 버스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통신 표준을 공개하고 칩을 시장에 단독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특정 센서 공급업체에 종속되는 ‘락인(Lock-in) 효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고성능 센서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혁신적인 결정이다.
‘중앙집권’ 두뇌와 신경망: 자동차 아키텍처의 혁명
과거 자동차에는 100개가 넘는 개별 전자제어장치(ECU)가 각자의 기능을 담당했다. 하지만 SDV 시대에는 소수의 강력한 ‘고성능 중앙 컴퓨터’가 차량 전체를 지휘하는 중앙집권형 아키텍처로 변화하고 있다.
보쉬는 이러한 변화의 핵심인 중앙 컴퓨터는 물론, 차량 전체의 안정적인 ‘신경망’과 ‘혈관’ 역할을 하는 인프라를 모두 제공한다. ‘존(Zone) ECU’는 차량의 각 구역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취합해 중앙 컴퓨터로 전달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며 배선의 복잡성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또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48볼트(V) 전력망’과 이를 관리하는 ‘파워넷 마스터’는 차량의 모든 전자 장비에 혈액처럼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한다. 데이터 전송 속도를 최대 20Mbit/s까지 끌어올린 ‘CAN SIC XL 트랜시버’는 이 모든 정보가 오가는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전선’으로 움직이다: 액트 바이와이어와 지능형 제어
SDV 시대의 또 다른 혁명은 기계적 연결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전자 신호로 제어되는 ‘액트 바이와이어(Act-by-wire)’ 기술이다.
- 브레이크 바이와이어 (Brake-by-wire): 보쉬가 아시아 주요 자동차 제조사와 양산을 앞둔 이 기술은 브레이크 페달과 실제 브레이크 시스템 사이에 어떠한 기계적 연결도 존재하지 않는다. 운전자가 페달을 밟는 압력과 속도를 센서가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꾸고, 이 신호가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즉각적이고 정밀한 제동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엔진룸의 부품 배치를 자유롭게 하고 실내 공간 디자인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 차량 모션 관리 (Vehicle Motion Management): 이 지능형 소프트웨어는 바이와이어 기술로 연결된 브레이크, 스티어링, 섀시 등을 완벽하게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운전자는 버튼 하나로 차량을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민첩한 차로, 혹은 장거리 여행을 위한 안락한 리무진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 특히 ‘컴포트 스톱(Comfort Stop)’ 기능은 제동 시 발생하는 쏠림 현상을 최대 90%까지 줄여 멀미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운전 경험을 바꾸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외에도 보쉬는 전기차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반도체, 모터·인버터·변속기를 통합한 e-액슬, 자동차를 움직이는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하는 양방향 충전 기술 등 전동화 솔루션부터, AI 번역 기능을 도입해 테슬라 모델까지 진단 범위를 넓힌 정비 솔루션 ESI[tronic]에 이르기까지 SDV 시대를 구성하는 모든 영역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선보였다.
보쉬의 이번 전시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미래를 이끌지만,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와 완벽하게 호흡하는 하드웨어의 힘이라는 것이다. 보쉬는 그 둘을 모두 가진 유일무이한 파트너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모빌리티(Mobility)의 미래 비즈니스 전략을 찾다
- 모빌리티타임즈 (mobilitytimes.net)